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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0.03.20 봉쇄
  6. 2010.03.18 Why blog? 2
  7. 2010.03.15 욕정의 나라
  8. 2010.03.11 뉴스를 끊어야 되는데 2
  9. 2010.03.07 복지국가
  10. 2010.03.06 봄봄 2

삼성왕국

2010. 3. 31. 01:15 from 일신상의 이유
바로 요 앞 포스트에 숨이 턱턱 막힌다고 썼는데
이유가 여럿이었으나 그 중 하나는
오는 4월 4일에 있을 KBS 열린음악회가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이라는 부제를 달았다는 기사였다.

한달쯤 전에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이 뜨겁게 회자된 걸로 아는데
읽지 않아서 내용을 모르니 이슈가 뭐였는지 잘 모른다. 솔직히.
인터넷으로 해외배송도 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 책은 교보랑 영풍을 직접 싹쓸이해서 여행가방에 바리바리 지고 오는 방식을 선호하는지라
늘 반년 쯤 뒤쳐져 있는 느낌.

하여간 인터넷에서 맛보기한 내용만 가지고 논의에 슬그머니 끼자면
책이 풍부한 뒷얘기를 담고 있는 건 알겠으나
문제로 지적된 점에 깜짝 놀랐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이병철이 일선에 있을 때부터 들리던
직원 뽑을 때 '배신'할 사람인지 관상까지 본다는 루머, 그래서 삼성은 '데모' 한 번이 없다는 칭찬, 
그게 건강한 기업일 리가 없잖수.
실제로 삼성 인트라넷 가보면 이건희 사면과 복귀에 거의 용비어천가 수준으로 '빨아주는' 글들이 올라왔다는데,
실명이랑 부서, 연락처 다 뜨는 공간에서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두둔해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럼 그냥 안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 나는 그저 철없는 먹물인 모양.

문제는, 그리고 답은 김규항씨가 올린 이 짧은 글에 다 있는 게 아닐까.

기독교사상에서 삼성 특집기사를 한다며 글을 써달라고 했는데 오늘은 김상봉 선생이 프레시안 릴레이 기사에 참여해달라고 했다. 김용철 씨 책을 계기로 삼성 타도를 위해 대거 나서는 형국인데.. 글을 쓰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삼성을 타도하는 가장 분명한 방법은 진심으로 삼성을 경멸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삼성직원인 동창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동생이나 조카나 자식이 삼성 직원인 걸 은근히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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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무게

2010. 3. 31. 00:26 from 일신상의 이유
#
어떻게든 적어도 한 해에 한 번만큼은 서울에 다니러 가는데
그러다 보니 그 안에서 매일매일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변화가 크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가장 최근에 들어갔던 것이 작년 6월인데 이 때가 특히 심했다. 
무슨 일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하여 딱 꼬집어 설명은 못하겠는데
길에 스쳐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신산(辛酸)함 같은 게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노前대통령 추모열기와 신종플루 공포,
게다가 날씨도 끈적해지기 시작했고,
경기(景氣)는 IMF때보다 더 얼었다고 하고.
그래서 그냥 요새 확실히 팍팍한가보다 그러고 말았더랬다.
그러고 말지 않음 또 어쩔 거며.

#
나는 비극에 대처하는 법을 잘 모른다.
나한테 닥쳤을 때야 말할 것도 없고
내가 제3자일 경우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그냥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까지 빨개지면서 쩔쩔 매다가 타이밍을 놓쳐
결국 사람이 어째 잔정이 없다느니 그런 소리 여러 번 들었다. 아주 억울함.
안 받으니만 못한 위로라는 것도 있다고 믿는 입장으로서 조심하다 보니 그게 지나칠 때가 있는 건데
한 마디로 위로도 스킬이고 난 그게 젬병인 거다.
누군가 나에게 해피엔딩에 '집착'한다고 한 적이 있는데 곱씹어 생각해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
그거 말고 다른 건 내가 handle을 못하기 때문에.
그거 말고 다른 건 그냥 모래에 고개를 묻어 피하고 싶어하고,
요 며칠이 딱 그랬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L'Insoutenable légèreté de l'être).
책은 못 읽어봤고 영화는 내용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 전에 한 번 봤는데
역시 나를 매혹한 건 제목.
지금 여기 하고 있는 얘기와 별로 상관없는 이 영화가 다시 떠오른 이유도 역시 제목.
다들 마음을 담아서 하는 거겠지만 그래도
책상 앞에 앉아 "힘내세요~" 하고 자판을 두드리는 건 너무나 얄팍해서 오히려 무례한 느낌.
누군가의 불행에 대한 위로의 말이 손바닥만한 블로그 포스트가 되고, 혹은 한술 더 떠 한 줄 댓글이 되고,
그게 다시 엄지손가락 그림의 추천 포인트를 받고 그러는 게 영 마음이 불편해서 나만큼은 보태지 말아야지 했더랬다.
그래서 그냥 속보 실시간으로 좇으면서 온몸에서 에너지가 쪽 빠져나간 사람처럼 그러고 있었는데
방금 구조대원 한 분마저 순직했다는 기사까지 읽고 나서는 뜨거운 게 울컥 올라오면서
어디 옥상에 올라가서 고래고래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
요새는 한국 뉴스를 보면 어디 한증막에라도 들어가 앉아 있는 듯 숨이 턱턱 막힌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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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2010. 3. 29. 23:42 from 일신상의 이유
보일러 의식 돌아옴. 올레.
저 쬐그만 점화장치가 작동을 안하니까 집 전체에 흉가같은 냉기가. ㅠ
이사 온 지 반 년 됐는데 그 사이 벌써 세번째.
낡은 부품을 아예 갈아버렸으니 이젠 걱정안해도 된다고는 하시지만
(출장기사 아저씨를 하도 자주 보니까 이젠 서로 꼭 잘 아는 사람 같다)
옛날 조선시대 아궁이 불씨 꺼뜨릴까봐 선잠자던 며느리처럼
행여 겁나서 건들지도 못하겠다.
그나저나 수리중에 미터기 보셔야 된다고 그러는데
그러려면 알코올류 쟁여 놓는 찬장을 비워드려야 돼서
병 하나하나 꺼내면서 상당히 민망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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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개

2010. 3. 29. 22:13 from 일신상의 이유
원체 답답한 구석이 많은 성격이라는 걸 스스로도 잘 파악하고 있는지라
웬만한 건 '나같은 사람은 뭐 이러다 적자생존의 원칙에 의해서 도태하겠지' 그러고 마는데
그래도 개인적으로 이건 좀 다르게 타고 났으면 좋았을 걸 하고 아쉽게 생각하는 점이 하나 있긴 하다.
바로 multitasking이 전~혀 안 된다는 것.
음악을 들으면서는 뭘 읽을 수가 없어, 이런 차원이 아니라
걸으면서는 음료수를 마실 수 없다거나
말을 하고 있는 중에는 에스컬레이터를 올라탈 수 없다거나;;;
심지어 고등학교때는 짝궁이 10분 있다가 깨워달라고 하면
그 10분 동안 시계 보느라고 아무것도 못했다는 그런 슬픈 일화마저. T^T 
일반적으로 여자들이 multitasking에 강하다고들 하는데
그런 소리 들으면 마치 반평균 깎아먹는 학생처럼 괜히 미안한 지경. 

지금 보일러 고치는 아저씨 기다리는 중인데
아니나 다를까 정서불안 어린이처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일을 손에 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싸리 그냥 좀 놀기로. ^^

지난 주에는 정말 오랜만에 학회에 가서 발표를 했다.
한 때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conference junkie라고 자기소개를 할 정도로 참 징하게 다녔더랬다.
지도교수님이 고만 뽈뽈거리고 다니고 제발 논문 좀 쓰라고 핀잔도 많이 줬었는데.
근데 그게 정말 내 좋아서 그렇게 다닌 거다. 누가 시킨 거였으면 그렇게 돈 쓰고 시간 쓰고 체력 써가며 못 그러지, 암.
어려서는 누가 뭘 가르쳐주면 집에 가서 혼자 책 찾아 보고 확인을 해야 비로소 내 것으로 소화가 되는,
나에게도 남에게도 피곤한 스타일이었는데
이제는 거꾸로 누군가가 읽고 말로 설명해주는 걸 듣는 쪽이 편하다.
만학도가 되고 나서 딸리는 체력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일종의 진화를 한 것인지 어쩐지.
게다가 학회를 가면 생각도 못한 주제-가령 빅토리안 시대의 책상과 당시 여성의 삶이라든가,
오투만제국의 羊 거래 기록이라든가-에 올인한 연구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나는 그런 데서 이상하리만치 큰 평온을 얻는다.
사람마다 열정을 갖는 분야가 죄다 다르니 세상이 이만큼 굴러가는 거겠지, 이러면서.

이번에 간 곳은 규모도 작고 철학적 이론에 대한 얘기가 평소보다 많이 나와서 그 자체로 색다른 경험.
아울러 슬라이드를 발표 12시간전 숙소에서 만드는 등 (갑자기 둘째날로 패널이 옮겨지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누)
준비가 허접했던 것에 비해 발표 자체가 잘 끝나서
'어머, 혹시 내가 신바람 이박사-_- 되더니 실력이 뿅!하고 늘었나?' 이런 착각을 잠시 할 정도.
그러나 그런 걸로 사람이 하루 아침에 변하는 건 당연히 아닐테고
내가 볼 때 워낙 말쟁이들 틈에서 몇 년을 버텼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 좀 물이 든 모양.
전공이 경영, 신문방송, 커뮤니케이션, 정치 이렇게 이어지다 보니
나의 학창시절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말이 청산유수인 사람들 틈에서의 고군분투. 흙.
이건 영어, 불어 이런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말그대로 말.
똑같이 한국어가 모국어라도
신동엽이나 안재욱처럼 (왜 이 둘이 딱 떠올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음;;) 말을 매끄럽게 잘 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경우가 있듯.
흉보다 닮는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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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20. 09:50 from 일신상의 이유
방금 엔젤양이랑 통화하다 알게 된 사실.
중국에선 티스토리 블로그들은 아예 안 열린다네?
The Great Firewall이니 뭐니 하며 반정부 사이트들 막아놓는 건
동의는 못하겠어도 적어도 그 이유를 짐작은 하겠는데
도대체 티스토리는 왜??
그런 줄도 모르고 섭섭할 뻔 했다우.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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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blog?

2010. 3. 18. 09:24 from 일신상의 이유
어제 저녁엔 웬일로 블로그 포스트를 한 백 개는 읽은 거 같다. 오바 촘 보태서.
원래부터 인터넷 상에서 이리저리 부유하는 게 큰 소일거리인 사람이지만
어제의 경우는 그보담 뭔가 할 일이 산처럼 있으면 오히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좋을지 몰라
오히려 배째라 심정으로 다른 걸 기웃거리는, 전형적인 마감 사흘전 심리상태.
주인장을 아는 블로그들에서 출발하였으나
댓글에 걸려있는 링크도 클릭하고 이웃도 랜덤하게 클릭해보고 하다 보니
나중에 가서는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게다가 모르는 사람의 소소한 일상을 읽고 있자니 스토커 같은 느낌도 들고. 쿨럭.

그러다 나는 도대체 왜 블로그를 읽는가로 생각이 미쳤다.
이런 'social sciency'한 접근, 이런 것도 직업병인가? 하여간.
왜 블로깅을 하는가에 대한 연구는 이미 나와 있는 것들이 있다.
정작 양적으로 많이 나와있는 건 아닌 듯 하지만 그게 또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자아계발이니 인맥관리니 과시욕이니 등등
동기요인으로 꼽히는 것들이 막상 들으면 워낙 당연하게 느껴지는지라
자칫 시간 들여 돈 들여 공들여 데이터 수집하고 분석해서 결국 뻔한 소리만 하게 될 소지가 있고
아울러 사람이 다 제각각이듯 동기도 워낙 제각각인 법이니 억지스러운 일반화를 하게 될 위험도 있고.
물론 이것은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 만고 내 추측. -ㅅ-
이 주제를 놓고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논문을 꼽자면 생각나는 게 둘 있는데  
하나는 Rafaeli 교수가 위키피디아 편집이 무보수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시간 써가며 참여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인지하는 인센티브에 관해 쓴 것 (블로그는 아니지만 결국 비슷한 맥락), 
또 하나는 얼마전 New Media & Society에 따끈따끈하게 실렸던
미국 정치판에서 나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치 블로거'들의 참여 동기에 대한 것.

그냥 딱 내 경우만 놓고 보자면
한마디로 그저 다마고치 키우는 심정.
내 비록 사회성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안 와봐도 좋다 나는 그저 마이웨이 하련다' 그 정도는 아니고.
그보다는 잔치를 연다고 열었으나 차린 건 별로 없고, 그러니 올 손님 별로 없으리라는 것도 알고, 
원래 혼자 잘 노는 스타일이니까 원맨밴드로 북치고 장구치고. 에헤라디아.
공간 자체에의 애착이랄까.
게다가 뭐든 기록으로 남겨두는 습관도 조금은 상관이 있을테지.
타고 난 자잘한 성격 + 회계감사로 1년 반 일하고 얻은 후유증. 

사실 누가 묻지 않으면 먼저 얘기 보따리 풀고 그런 건 못하는 나같은 사람이
블로깅을 한다는 자체가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
이건 어디 다른 데도 쓴 적이 있는데
늘 누군가가 말을 하고 있는-_- 엠티촌 같은 집안 분위기상,
별로 상관없는 얘기를 꺼냈을 때의 반응이란 더욱 가차 없어서
"그래서?" "어쩌라구?" 정도가 아니라
"어휴 21세기는 정보의 홍수라니까"
내지는 아예 줄여서 "불필요한 정보" (무뚝뚝)
이렇게 말하고 휙 가버리기가 다반사. 이거 은근히 무안하다.ㅎㅎ
그러다 보니 기자들 주르륵 불러다
신변의 일들을 시시콜콜 늘어놓는 연예인들 보면 젤 처음 드는 생각은 그저 '참 남세스럽다'.
당연히 포스트 '발행' 같은 건 꿈도 못 꿀 노릇.

아아, 하려던 얘기는 이게 아니라.
그럼 쓰는 건 그렇다 치고 읽는 건?
역시 이유는 한 가지로 딱 떨어지는 게 아니겠지만 
내 경우 주인장의 수다가 잔잔하고 꾸준하면 기본적으로 좋다고 느끼고 다시 들르게 되더라.
근데 이런 건 '수다의 힘'을 믿는 나같은 사람이나 그렇고
보통 추천 받는 블로그들 보면 어떤 테마를 하나 잡아 놓고 노하우 같은 걸 나누고 그러던데.
나도 와서 보는 사람이 뭐든 얻어가는 게 있도록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잠깐.
그럴 밑천은 없지만 일단 생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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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정의 나라

2010. 3. 15. 03:43 from 일신상의 이유
며칠전 쏘녀가 황당한 '칼럼'이란 제목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린 걸 보았다.
발단은 바로 중앙일보에 실린 아래의 사설.


성매매 합법화 주장을 처음 들은 것도 아니고
주장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성매매가 법적으로 금지된 나라일수록 성범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통계치를
그 논거로 내세운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글쓴이가 옛말이라며 주워섬긴 "홍등가가 여염집 규수의 정조를 지킨다"에서 아주 기함을 했다.

개인적으론
문제의 뿌리야말로 
영웅호걸은 여자를 좋아한다느니 하며
색을 밝히는 것에 지나치게 관대한 풍토라고 믿는 바이다.
게다가 술이 요소로 포함되면 더더욱.
"싸나이가 술 마시면 그럴 수도 있지"라든가
"술이 죄지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니야", 뭐 이런.

예전에 회사 다닐 때 해외지사에서 파견근무 온 여자애들이
"한국은 강간율이 높아서 오기 전에 무척 망설였다"는 말을 내 면전에 대고 거리낌없이 해서 참 기가 막혔었는데.

그러고 보니 어제 누가 보여준 기사 하나.
BBC에서 내놓는 월간지인 Focus 2월호를 인용한 이 기사의 내용인즉슨
성경에 나오는 7대 죄악을 놓고 경향의 정도에 따라 나라별 순위를 매겼더니
호주가 전체 1위더라는. 
나의 고국 한국은 정욕(lust) 카테고리에서 당당히 1위를. ㅡ.ㅡ
뭐 채점 방식이 결코 첨단과학이라고 할 순 없지만 (가령 lust는 국민당 포르노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측정;) 
재밌으라고 보여준 거 알면서도 입맛이 썼다는.

사람도 결국 동물이라는 말 들을 때마다 도리도리 거부하며 그래도 뭐 좀 다르다고 우기는 입장으로서
본능 컨트롤 안 되는 게 자랑은 아닐진데 싶으면서 
이런 거 읽고 쓸 때마다 인류가 통째로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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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나 하나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뉴스를 고만 보고 싶지만
TV는 꺼버리면 그만이고 신문은 안 펼쳐들면 그만이라도
인터넷의 경우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 대부분이 뉴스 제공을 함께하는지라 
"이래도 클릭 안 할테야?"하고 헤드라인들을 눈앞에 들이밀면 그게 참 어렵다.
실제로 Pew에서 내놓은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응답자의 80%가 한 주에도 몇 번씩 이런 식으로
인터넷상에서 다른 걸 하다가 "우연히" 뉴스를 발견해서 읽게 된다고 했단다.
어마어마한 차이는 아니지만 직접 뉴스를 찾아 읽는 경우보다 높은 비율이라는 점에 주목.

요며칠 쏟아져나온 뉴스중 가장 열불났던 건 역시 "조금만 기다려달라" 발언.
재작년 일이라지만 내 경우 알게 된 건 고작 작년이었는데,
사안의 위중함과는 상관없이 그냥 유야무야 묻히나 했건만
그게 시민들이 요미우리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서 다시 불거진 거다.
처음엔 보수단체에서 오바한 건 줄 알고 이게 웬 팀킬?이랬는데
오늘 보니 시민소송단 1,886명 중 "안티MB" 카페 사람들도 있고.
그렇담 이것이 말로만 듣던 지능형 안티?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려고 했던 이들은 짜증 좀 났겠다.

하여간 이 건에 대해 읽었던 중 가장 thorough했던 기사 하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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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2010. 3. 7. 22:23 from 일신상의 이유
최근에 만난 지인이
다음 선거에선 보수당(the Conservative Party)이 집권해서 영세 지원금 다 없애버렸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나는 표정에 불편함이 고스란히 드러났을 것이다.
물론 그녀가 그 말을 하게 된 배경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월급이 뭉텅뭉텅 떼이는 것을 달달이 보면서 가슴이 쓰릴 taxpayer이고,
현재 근무하고 있는 기관에서 하루에도 몇 명씩
부모집에서 독립할 요량으로 "정부에서 마련해주는 flat을 얻기 위해" 임신을 하는 십대들을 상대하고 있고,
무엇보다 일하지 않는 것은 범죄라고 배우며 자랐다지 않는가.

어쩌다 籍을 정치학과에 두기는 하였으나
전산착오로 반을 잘못 배정받은 학생처럼 겉돌 때가 많고
대화중 '국가 제도'와 관련된 화제가 나오면 일단 피하고 보는 쪽이지만
(별 이유 아니라 그저 무식 뽀록날까봐;;)
복지에 관해서만큼은 일관된 입장이 있다.
필력이 일천하니 내 속을 꼭 집어 표현해준 링크 두 개로 대체.

사회 디자인 - 김규항
미담 - 김규삼 

뭐 아무도 안 들여다 보는 여기다 궁시렁거리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마는.



에.. 얘기가 나온 김에 예전에 미니홈피에 썼던 글도 하나 옮겨다 놓아야겠다.
몇 년 전, 지금보다 확실히 덜 시니컬했던 때 쓴 거라 다시 보니 얼굴이 살짝 화끈. *-_-*

2004.08.13 10:48
매달 초면 통장으로 들어오는 주거보조비가 안 와서 

담당 센터에 갔더랬다. (한 푼이 아쉬운데 말야!)

오늘따라 사람이 많았는데 

집 바로 앞이라고 빈손으로 덜렁 간 거라 

읽을거리도, 끄적거릴 종이랑 펜도 없고.

지루해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각종 보조비의 종류를 훑어보기로 했다. 



고백컨대, 

아니 눈치챈 사람은 벌써 눈치챘겠지만

(근데 이 관용구, 지금 보니 상당히 어이없는 표현이었네;)

난 프랑스에 아무런 애틋한 감정이 없는 사람이다.

"울엄마가 세상에서 젤 이뻐!"를 외치는 얼라모냥

딱 그만큼 유아적 수준의 nationalism 소유자인지라

좋은 거 싫은 거 열받는 거 꼴리는 거 ^^;

아무런 여과없이 쏟아내는 이 곳 분위기에 

양반답지 못하다고 혀를 끌끌 차곤 했다. ㅋ



얘기가 길어졌는데

각종 보조금으로 국민들이 점점 게을러지니 어쩌니 

그런 말 많이 들었지만 정말 별별 게 다 있더구만.

집세의 40% 이상이 나오는 주거보조비부터 시작해서

자녀들이 개학하면 개학했다고 돈 주고 

이사하면 이사하라고, 집 개조하면 개조하라고 돈 보태 주고

애를 유아원이나 보모한테 맡겨야 되면 그 비용 나오고

장애우 보조금은 말할 것도 없고

입양하면 입양했다고 돈 주고 

혼자 자식을 키워야 되면 얼마나 힘드냐며 또 돈 주고 

나이가 25세 이상인데 수입이 너무 적다 싶으면

최소한의 품위유지비@.@까지.

위의 모든 것들은 물론 해당되는 사람이면 신.청.만.하.면. 된다. 



더욱 나를 만감이 교차하게 한 것은

이 모든 게 딱히 '프랑스 사람'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사실.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한 
20년을 살아도 매해 체류증을 갱신해야 하는 나라,

그러나 일단 체류를 허락하면 모든 조건을 똑같이 적용하는 나라.

덕분에 나처럼 지구 반대편에서 온 외국인에게

대학 학비도 면해 주고 

돈없어 보인다며 -_ㅜ 병원비도 내지 말란다. 



물론 이런 제도가 굴러가기 위해서 

돈 좀 버는 사람들에겐 심지어 50%까지도 세금으로 거둬 간다.

내가 그렇게 '떼이는' 입장이면 속쓰려서 딴소리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종적으론 이렇게 가야하는 게 아닐까.

(호오...몰랐는데 그렇다면 나는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에 反하는 사람인가. -_-a) 



여튼,

난 프랑스인 개인한테 반해 본 적은 없는데

그들이 그렇게 자랑스러워 마지 않는 la République française는 

......멋지구리. 짜식들.



떠날 때가 다 돼서 이러나. ㅋ




(아래 사진은 보조금 안내 팜플렛.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 봐서 되는대로 집어 온 게 이 정도다. 
징한 것들;)





그래도 다시 읽으면서 한 가지 개인적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위의 글은 프랑스에서, 그것도 시스템의 가장 큰 수혜자라 할 수 있는 학생일 때 썼고
지금은 영국에서 세금은 그저 내기만 하고 아무 benefits도 받을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의 신분이지만 
standpoint까지 변하진 않았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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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

봄봄

2010. 3. 6. 15:54 from 일신상의 이유
추위를 많이 타는지라 (더위는 더 많이 탄다. 참을성 부족이려니.)
여전히 니삭스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지만 (안 그럼 무릎이 시리..;;)
그래도 오후에는 볕이 제법 따뜻한 것이 코트가 무겁게 느껴진다.
이렇게 봄이 왔네 어쩌네 입방정 떨다 보면 꼭 비바람이 온다는 거 여기 몇 년 살면서 온몸으로 배웠지만
그래도 3월 접어들고는 똑같이 낮은 기온이라도 뭔가 좀 다른 느낌. 그냥 심정적인 건가...
유달리 눈이 많았던 지난 1월이 꿈이었나 싶을 정도.

그리고 내 경우
여기 도착하자마자 알게 되어 절친이 된 스네 덕에
봄의 시작은 언제나 불가리아 스타일로.
martenitsa라고 불리는 이 팔찌는
그녀가 해마다 집에서 재료를 공수 받아 만들어 우리에게 나눠 주는 것으로
3월 한 달 몸에 잘 지니고 있다가
그 해 첫 황새(stork)를 보면 근처 나뭇가지에 묶으며 소원을 비는 거라고.
물론 21세기 런던에서 황새를 찾는 것은 아무래도 쫌 무리.-_- 
그래서 이 민속의 여러 지방 버전 중 현실성 있는 것으로 골라
근처에 새순을 틔우는 나무를 발견하면 거기다 묶는 것으로. 

하여간 올해도 받아왔지롱. 그 핑계로 만나 rakia도 한 잔씩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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