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왕국

2010. 3. 31. 01:15 from 일신상의 이유
바로 요 앞 포스트에 숨이 턱턱 막힌다고 썼는데
이유가 여럿이었으나 그 중 하나는
오는 4월 4일에 있을 KBS 열린음악회가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이라는 부제를 달았다는 기사였다.

한달쯤 전에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이 뜨겁게 회자된 걸로 아는데
읽지 않아서 내용을 모르니 이슈가 뭐였는지 잘 모른다. 솔직히.
인터넷으로 해외배송도 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 책은 교보랑 영풍을 직접 싹쓸이해서 여행가방에 바리바리 지고 오는 방식을 선호하는지라
늘 반년 쯤 뒤쳐져 있는 느낌.

하여간 인터넷에서 맛보기한 내용만 가지고 논의에 슬그머니 끼자면
책이 풍부한 뒷얘기를 담고 있는 건 알겠으나
문제로 지적된 점에 깜짝 놀랐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이병철이 일선에 있을 때부터 들리던
직원 뽑을 때 '배신'할 사람인지 관상까지 본다는 루머, 그래서 삼성은 '데모' 한 번이 없다는 칭찬, 
그게 건강한 기업일 리가 없잖수.
실제로 삼성 인트라넷 가보면 이건희 사면과 복귀에 거의 용비어천가 수준으로 '빨아주는' 글들이 올라왔다는데,
실명이랑 부서, 연락처 다 뜨는 공간에서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두둔해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럼 그냥 안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 나는 그저 철없는 먹물인 모양.

문제는, 그리고 답은 김규항씨가 올린 이 짧은 글에 다 있는 게 아닐까.

기독교사상에서 삼성 특집기사를 한다며 글을 써달라고 했는데 오늘은 김상봉 선생이 프레시안 릴레이 기사에 참여해달라고 했다. 김용철 씨 책을 계기로 삼성 타도를 위해 대거 나서는 형국인데.. 글을 쓰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삼성을 타도하는 가장 분명한 방법은 진심으로 삼성을 경멸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삼성직원인 동창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동생이나 조카나 자식이 삼성 직원인 걸 은근히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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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