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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10.03.31 말의 무게
  8. 2010.03.29 불씨
  9. 2010.03.29 서당개
  10. 2010.03.20 봉쇄

시나리오

2010. 4. 23. 08:52 from 일신상의 이유
PD수첩 때문에 또 한 번 발칵 뒤집혔구먼.
아래는 관련된 뉴스기사 아래 베플 먹은 댓글.

이광현 (04.22 14:49)
떡검의 예상 시나리오 ---- 퍼옴
1. 처음엔 강도 높은 조사로 시작 (기대감 증폭)
- 민간 전문가 누가 가세했다.
- 진상조사위원장이 강직한 사람이라더라.
- 누구 누구를 소환해서 밤새 조사를 했다.
- 대통령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힐 것' 지시
2. 수구언론들의 물타기 시작
- "천안함 북괴소행을 물타기 하려는 좌빨 MBC의 조작이다" 등
- 난데없이 양심적인 검사들의 일화가 신문에 나옴
- "서울지검 검사일동 천안함 성금으로 1천만원 기탁" 이런 뉴스 보도
- '에덴의 집'에서 장애인을 목욕시키는 부산지검 검사들 사진 빵빵 터짐
3. 제보 자체에 대한 물타기
- 57명 가운데 이름이 틀린 사람이 있다.
"문건에는 홍길동 검사인데, 확인해 보니 홍길둥 검사"
- 아무개 검사는 근무 시기가 실제와 다른 점이 있다.
- 따라서 스폰서 제보는 허위 과장된 측면이 크며 믿을 것이 못된다.
4. 자체 조사 발표
- 일부 내용은 사실도 있지만 악의적으로 편집된 측면이 있다.
- 일부 해당자는 징계를 하겠다.
5. 일부 검사 사임
- 박 모 검사 "나는 잘못없지만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내 자리에 연연않겠다"
- 다른 검사들 징계위원회 회부 파면, 엄중 경고, 전보 발령
...... 한 두 달 후..... 국민들 관심에서 out
6. 징계 감면
- "관행적으로 한 건데 여론몰이로 가혹한 징계를 받았다"
- 감봉 정도로 징계 경감
- 전보 발령됐던 검사는 다음 인사때 복직
- 자진 사임한 검찰간부들은 한나라당 공천, 검사들은 서초동에 변호사 개업
....... 이쯤에서 야당정치인 비리 사건 하나 터져주고......
7. 깔끔한 마무리
- PD수첩 담당자 수사 시작 "외주 업체랑 밥 먹은 적 있는데 누가 냈는지 증거가 없다"
- 최승호 PD 외삼촌의 고종사촌이 6.25때 좀 수상했다더라.. (조중동 보도)
- "검찰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우리 사회가 입은 잠재적 손실이 2조 8천억"...

두고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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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

콩나물

2010. 4. 22. 04:08 from 일신상의 이유
십대 때는 우중충한 날씨를 좋아했더랬다.
바람 윙윙 불어 을씨년스럽고 하늘은 소라색이고.
일제 잔재라는 그 'そら(空)' 말고 정말 말그대로 소라껍떼기색.
그런 날씨에 다락방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어야 창작활동이 된다고 믿는, 문학소녀-_-였던 것이다.

근데 이제 나이를 이만큼 먹고 나니 역시 좋은 날씨가 좋다(박한;;)는 결론.
요 며칠 믿을 수 없을 만치 화창한데다 워낙 꽃나무며 풀밭이 많은 동네에 살다 보니
창밖을 내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업되는 것이 스스로 느껴질 정도.
아울러 매사에 의욕적이고. 나의 골골한 컨셉에 안 어울리게.

하려던 얘기가 이건 아니고.
논문을 쓰는 동안 딴짓을 많이 했는데 그 중 하나가 경영학부생들 틈에서 일어수업을 3년동안 들은 것이다.
3년이래봤자 일주일에 두 시간씩 두 번 듣는 게 다고
마지막 해에 가선 아무래도 내 본업이 빡세지기 시작해서 못 간 날도 부지기수고.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100% 내 선택으로 청강하는 거면서
과제도 다 내고 시험도 쪽지시험까지 다 보면서 완주했다는 데 일단 의의를.
 
첨엔 참 펄펄 날았었는데 말이지. 물론 나만이 아니라 한국 학생들 대부분이.
일단 문법이 비슷하니 서양애들은 죽어도 감을 못 잡겠다고 징징거리는 조사도 척척이고
(그 때마다 관사랑 전치사 때문에 겪는 마음고생을 한큐에 날릴 만큼 통쾌했다는. 음화화홧.)
거기에 내 경우 덤으로 주변 어르신들 언어 습관이라든가 옛날 코미디 프로라든가 그런 걸 통해 자주 접한 탓인지
영어 고유명사를 카타카나로 바꾸는, 가령 맥도널드를 마꾸도나루도(マクドナルド)로 쓰는 그런 걸 쉽게 해서;;
가뜩이나 큰이모 보듯 하는 꼬꼬마 한국 후배들로부터 일제 강점기를 겪은 사람같은 대접을 받기도. 킁.

그러나 쉽게 배우면 잊는 것도 빠른 것인지
지금은 기억 나는 게 거의 없어 어디 가서 배웠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운 수준.
회사 다닐 때 일본 장기 출장 준비하라고 해서 내 돈 내고 6개월 저녁반 끊었다가
맨날 야근하느라 히라나가도 못 떼었던 그 때로 고스란히 돌아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 도쿄에서 학회가 있어서
앞으로 두 달 간 매일 잠깐씩이나마 복습을 하면 혹시 음식 주문 같은 걸 혼자 힘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인터넷상에서 오디오 파일을 몇 개 틀어 봤는데 세상에, 이것저것 들리는 것이 아닌가.
물론 영어로 치면 중1교과서 수준의 기초적인 대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김건모가 국민가수던 시절, 그 어머니가 무슨 토크쇼에 나와서
콩나물에 물을 주면 죄다 시루 아래로 빠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알게 모르게 남아 싹이 나고 자란다며
부모-자식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해서 우리 김여사님이 매우 공감하셨더랬는데.
포인트는 다르지만 같은 비유를 빌리자면 
지난 3년 다 흘러가 버린 듯 하지만 어쩌니저쩌니 해도 머리에 남은 게 있었다니,
이래저래 깜빡깜빡하는 만학도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인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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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

인생의 굴곡

2010. 4. 17. 18:55 from
이름을 (한자로) 쳐서 넣으면 그 사람 인생의 굴곡을 그래프로 쫘악 그려 보여준다는 일본 사이트.
스펀지 2.0에서 소개한 바람에 단신으로까지 다뤄졌었는데
한 번 해볼까 했더니 방송 다음날이라 나같은 사람이 많았는지 사이트 다운;
그래서 그냥 관두고 말았더랬다.
 
잊고 있었는데 엊그제 완소 주호민 작가 블로그에 갔다가 재미로 자기꺼 올려 놓은 거 보니까 기억이 나서 재시도.
한자로 해야 된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댓글 보니까 한글이나 알파벳으로 한 사람들도 있군.
근데 그럼 결과가 다 제각각이라니, 골라 믿는 재미랄까;;

전반적으로 고공비행하는 그래프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들여다 보니 딱 논문 쓰던 기간. 아이고.
그러나 사실 그 정도로 괴롭지 않았기에 그걸 최저점이라고 한다면 꽤 괜찮은 인생인 건데. 기뻐해야 하는 건가. -.-

그나저나 <신과 함께> 요새 보는 웹툰 중 단연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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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개그 개그 개그-_-)

분기 결산하느라고 며칠은 완전 폐인모드였다.
엊그제는 밤도 샜다.
내가 공인된 야행성이긴 하지만 막상 밤을 꼴딱 새는 건 (심지어 노는 걸로도) 절대 못하는지라
24시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회복중. 게다가 이제는 나이도 있... 쿨럭.

지난 번, 즉 1월 초도 세상은 연휴중이어서 분개했었는데 이번도.
다음은 7월 초이니 그 때는 뭐야, 여름휴가철?
나는 이미 성격이든 성향이든 다 형성된 다음에 나온 케이스라 밖에서 몇 년을 있어도 별로 변한 게 없지 싶지만  
쉬는 날 상대가 일하길 기대하면 다른 계획이 있었든 없었든 발끈하게 되는 건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  
한국에서 치열하게 회사 다닌 생각을 하면 '어라? 유럽물 좀 먹었다 이건가?' 이러면서 자조적인 웃음마저. 허.허.허;
돌이켜 보면 회사생활이라봐야 2년도 채 안 되지만 정말 이 한 몸 바쳐 일했더랬다. 
하도 24/7 매여 있어서 얼마 있지도 않은 친구 그 때 다 떨어졌다는.ㅠ
심지어는 사표를 쓰고 나서도 인수인계라는 명목 아래 반년을 더 불려 다녔으니,
너무도 치열했기에 이 갈리는 첫사랑 같은 존재랄까. (담배 이모티콘이라도 하나 들어가야 하는 자리)
오죽하면 다음엔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좀 약게 굴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다짐까지.
지금 내 모습을 보면 그 다짐의 효과는 별로 없었던 듯 하지만.
하여간 그런데도 당시의 내 처지는 양반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건
아시아 사람들은 잠도 안 자고 꾸역꾸역 일만 한다는 스테레오타입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방증.

얼마 전에 애플이 협력업체에서 노동학대가 일어나고 있음을 적발하고 초비상에 걸렸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그 아래 달린 리플 중 하나가

애플     봄은언제쯤님 | 10.03.02 |
    한국으로 와라
    그럼 그딴거 전혀 신경 쓸 필요없다
    언론도 그닥 관심도 없을 뿐더러
    국민들은 노예처럼 사는게 당연한듯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산다
    더더욱 쥐어짜도 군소리않고 일하는게 한국민들이다
    도리어 이런 일을 지적하는 여론에 욕을 하는것이 한국이다
    배가 불렀다는둥, 편하게만 일할려 한다는둥 노예근성의 한국민들
    노동자의 인권은 전혀없는 한국, 기업하기 좋은나라임엔 분명하다.

'노예근성'이란 단어 두드러기 나게 싫어하지만 그건 내 문제고, he's got a point. 에혀.
하여간 이번 주말에는 청소도 좀 대대적으로 하고
무엇보다 삼시 세 끼 따뜻한 음식 식탁에 앉아 먹겠다는 것이 나의 계획. 식탁에 밑줄 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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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컴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평소보다도 길다보니 덩달아 블로그빨을 마구 쎄우게 되는 듯.)

집 근처에 괴물같이 큰 마트가 있다.
근처라고 그래봐야 걸어갔다 오는 것은 좀 무리라 버스를 타야 되지만
그래도 이사오고 처음 발견했을 때 얼마나 신나했는지 모른다.
내가 대형마트 가서 구경하는 거 좋아하는 건 아는 사람이 많은데
이건 한국에 있을 땐 전혀 없던 취미이다.  
오히려 재래시장 죽인다고 걱정하고
단가 떨어뜨린다고 제3세계 생산지에서 얼마나 노동력 착취를 해대는지 알아버린 바람에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고.
그래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동네 공판장을 애용했더랬다.  
그런데 멀리 나오고부터 새 버릇이 생긴 거다.
물론 빵은 빵집에서, 고기는 정육점에서 사는 게 훨씬 질도 좋고 값도 싸지만
일단 살고 있는 곳에 그런 가게들이 없기도 하고
제목에도 적었다시피 이건은 일종의 테라피 개념.
지난 몇 주 동안 간다간다 별렀는데 번번이 일이 있어
가까운 편의점에서 그 때 그 때 아쉬운 걸 사다 때우다가
어제 간만에 장바구니 매고 다녀왔더니 아니나 다를까 조금은 긍정적 기분.



아래는 그르노블에서 윗집 살던 민이가 올린 '산신령 구름' 사진 아래 덧붙였던, 좀 된 글. 



2005.11.16 08:11
난 신경이 '굵어서' 우울함 따위는 모를 것처럼 보인다지만
그럴리가;; (아, 두통 생전 앓아 본 적 없다는 건 맞다. -0-)
울적할 때면 나름의 비방들이 있겠지.
내 경우는 대형마트. 한국에선 전~혀 없던 습관.

뭘 살 것도 아니면서 대형마트에 가 서 있으면
마음이 순식간에 평온해지기 시작한 건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 Leicester 시절,
가족이란 자고로 한지붕 아래서
너나가 따로 없이 비빔밥처럼 섞여서 살아야 한다는
암묵적 방침 아래 자란 사람이
그런 가족을 떠나 처음 외국땅을 밟았을 때,
처음 며칠은 정말 목이 메서 물도 안 넘어가고 ㅠ
빈 기숙사 방에 돌아와 불을 켤 때마다 울컥-하던 그 때,
기숙사 사이트 바로 뒤에 위치해 있던 어마어마한 Safeway는
말그대로 내 안.식.처.였다.

조건반사란 무섭기도 하지.
그 이후도 줄곧 유럽 시골과의 연은 계속되어
도시를 옮기고 심지어 나라를 옮겨다녀도
그 때마다 버스 종점에는 대형마트가 있고
삶이 나를 속일 때면 쪼르륵 달려가게 된다.
(Egham의 Tesco는 부족해!!!)

아 난 정말 사설이 길어.-_-

Grenoble 시절 역시
논문 진도가 안 나갈 때마다 전차를 휙 잡아타고
시내..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 방향인 Carrefour로 가곤 했더랬다.
학교 갈 때도 맨날 저 앞을 지나가고.
산이야 도시 어디서나 고개를 들면 보이는 거였지만
매일 보던 그 때도 저 산신령 구름은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일년만에 보니 심지어 뭉클.

사람은 아무때고 손 뻗으면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알 때부터
철이 났다고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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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왕국

2010. 3. 31. 01:15 from 일신상의 이유
바로 요 앞 포스트에 숨이 턱턱 막힌다고 썼는데
이유가 여럿이었으나 그 중 하나는
오는 4월 4일에 있을 KBS 열린음악회가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이라는 부제를 달았다는 기사였다.

한달쯤 전에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이 뜨겁게 회자된 걸로 아는데
읽지 않아서 내용을 모르니 이슈가 뭐였는지 잘 모른다. 솔직히.
인터넷으로 해외배송도 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 책은 교보랑 영풍을 직접 싹쓸이해서 여행가방에 바리바리 지고 오는 방식을 선호하는지라
늘 반년 쯤 뒤쳐져 있는 느낌.

하여간 인터넷에서 맛보기한 내용만 가지고 논의에 슬그머니 끼자면
책이 풍부한 뒷얘기를 담고 있는 건 알겠으나
문제로 지적된 점에 깜짝 놀랐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이병철이 일선에 있을 때부터 들리던
직원 뽑을 때 '배신'할 사람인지 관상까지 본다는 루머, 그래서 삼성은 '데모' 한 번이 없다는 칭찬, 
그게 건강한 기업일 리가 없잖수.
실제로 삼성 인트라넷 가보면 이건희 사면과 복귀에 거의 용비어천가 수준으로 '빨아주는' 글들이 올라왔다는데,
실명이랑 부서, 연락처 다 뜨는 공간에서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두둔해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럼 그냥 안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 나는 그저 철없는 먹물인 모양.

문제는, 그리고 답은 김규항씨가 올린 이 짧은 글에 다 있는 게 아닐까.

기독교사상에서 삼성 특집기사를 한다며 글을 써달라고 했는데 오늘은 김상봉 선생이 프레시안 릴레이 기사에 참여해달라고 했다. 김용철 씨 책을 계기로 삼성 타도를 위해 대거 나서는 형국인데.. 글을 쓰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삼성을 타도하는 가장 분명한 방법은 진심으로 삼성을 경멸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삼성직원인 동창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동생이나 조카나 자식이 삼성 직원인 걸 은근히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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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

말의 무게

2010. 3. 31. 00:26 from 일신상의 이유
#
어떻게든 적어도 한 해에 한 번만큼은 서울에 다니러 가는데
그러다 보니 그 안에서 매일매일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변화가 크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가장 최근에 들어갔던 것이 작년 6월인데 이 때가 특히 심했다. 
무슨 일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하여 딱 꼬집어 설명은 못하겠는데
길에 스쳐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신산(辛酸)함 같은 게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노前대통령 추모열기와 신종플루 공포,
게다가 날씨도 끈적해지기 시작했고,
경기(景氣)는 IMF때보다 더 얼었다고 하고.
그래서 그냥 요새 확실히 팍팍한가보다 그러고 말았더랬다.
그러고 말지 않음 또 어쩔 거며.

#
나는 비극에 대처하는 법을 잘 모른다.
나한테 닥쳤을 때야 말할 것도 없고
내가 제3자일 경우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그냥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까지 빨개지면서 쩔쩔 매다가 타이밍을 놓쳐
결국 사람이 어째 잔정이 없다느니 그런 소리 여러 번 들었다. 아주 억울함.
안 받으니만 못한 위로라는 것도 있다고 믿는 입장으로서 조심하다 보니 그게 지나칠 때가 있는 건데
한 마디로 위로도 스킬이고 난 그게 젬병인 거다.
누군가 나에게 해피엔딩에 '집착'한다고 한 적이 있는데 곱씹어 생각해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
그거 말고 다른 건 내가 handle을 못하기 때문에.
그거 말고 다른 건 그냥 모래에 고개를 묻어 피하고 싶어하고,
요 며칠이 딱 그랬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L'Insoutenable légèreté de l'être).
책은 못 읽어봤고 영화는 내용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 전에 한 번 봤는데
역시 나를 매혹한 건 제목.
지금 여기 하고 있는 얘기와 별로 상관없는 이 영화가 다시 떠오른 이유도 역시 제목.
다들 마음을 담아서 하는 거겠지만 그래도
책상 앞에 앉아 "힘내세요~" 하고 자판을 두드리는 건 너무나 얄팍해서 오히려 무례한 느낌.
누군가의 불행에 대한 위로의 말이 손바닥만한 블로그 포스트가 되고, 혹은 한술 더 떠 한 줄 댓글이 되고,
그게 다시 엄지손가락 그림의 추천 포인트를 받고 그러는 게 영 마음이 불편해서 나만큼은 보태지 말아야지 했더랬다.
그래서 그냥 속보 실시간으로 좇으면서 온몸에서 에너지가 쪽 빠져나간 사람처럼 그러고 있었는데
방금 구조대원 한 분마저 순직했다는 기사까지 읽고 나서는 뜨거운 게 울컥 올라오면서
어디 옥상에 올라가서 고래고래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
요새는 한국 뉴스를 보면 어디 한증막에라도 들어가 앉아 있는 듯 숨이 턱턱 막힌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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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

불씨

2010. 3. 29. 23:42 from 일신상의 이유
보일러 의식 돌아옴. 올레.
저 쬐그만 점화장치가 작동을 안하니까 집 전체에 흉가같은 냉기가. ㅠ
이사 온 지 반 년 됐는데 그 사이 벌써 세번째.
낡은 부품을 아예 갈아버렸으니 이젠 걱정안해도 된다고는 하시지만
(출장기사 아저씨를 하도 자주 보니까 이젠 서로 꼭 잘 아는 사람 같다)
옛날 조선시대 아궁이 불씨 꺼뜨릴까봐 선잠자던 며느리처럼
행여 겁나서 건들지도 못하겠다.
그나저나 수리중에 미터기 보셔야 된다고 그러는데
그러려면 알코올류 쟁여 놓는 찬장을 비워드려야 돼서
병 하나하나 꺼내면서 상당히 민망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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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

서당개

2010. 3. 29. 22:13 from 일신상의 이유
원체 답답한 구석이 많은 성격이라는 걸 스스로도 잘 파악하고 있는지라
웬만한 건 '나같은 사람은 뭐 이러다 적자생존의 원칙에 의해서 도태하겠지' 그러고 마는데
그래도 개인적으로 이건 좀 다르게 타고 났으면 좋았을 걸 하고 아쉽게 생각하는 점이 하나 있긴 하다.
바로 multitasking이 전~혀 안 된다는 것.
음악을 들으면서는 뭘 읽을 수가 없어, 이런 차원이 아니라
걸으면서는 음료수를 마실 수 없다거나
말을 하고 있는 중에는 에스컬레이터를 올라탈 수 없다거나;;;
심지어 고등학교때는 짝궁이 10분 있다가 깨워달라고 하면
그 10분 동안 시계 보느라고 아무것도 못했다는 그런 슬픈 일화마저. T^T 
일반적으로 여자들이 multitasking에 강하다고들 하는데
그런 소리 들으면 마치 반평균 깎아먹는 학생처럼 괜히 미안한 지경. 

지금 보일러 고치는 아저씨 기다리는 중인데
아니나 다를까 정서불안 어린이처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일을 손에 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싸리 그냥 좀 놀기로. ^^

지난 주에는 정말 오랜만에 학회에 가서 발표를 했다.
한 때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conference junkie라고 자기소개를 할 정도로 참 징하게 다녔더랬다.
지도교수님이 고만 뽈뽈거리고 다니고 제발 논문 좀 쓰라고 핀잔도 많이 줬었는데.
근데 그게 정말 내 좋아서 그렇게 다닌 거다. 누가 시킨 거였으면 그렇게 돈 쓰고 시간 쓰고 체력 써가며 못 그러지, 암.
어려서는 누가 뭘 가르쳐주면 집에 가서 혼자 책 찾아 보고 확인을 해야 비로소 내 것으로 소화가 되는,
나에게도 남에게도 피곤한 스타일이었는데
이제는 거꾸로 누군가가 읽고 말로 설명해주는 걸 듣는 쪽이 편하다.
만학도가 되고 나서 딸리는 체력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일종의 진화를 한 것인지 어쩐지.
게다가 학회를 가면 생각도 못한 주제-가령 빅토리안 시대의 책상과 당시 여성의 삶이라든가,
오투만제국의 羊 거래 기록이라든가-에 올인한 연구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나는 그런 데서 이상하리만치 큰 평온을 얻는다.
사람마다 열정을 갖는 분야가 죄다 다르니 세상이 이만큼 굴러가는 거겠지, 이러면서.

이번에 간 곳은 규모도 작고 철학적 이론에 대한 얘기가 평소보다 많이 나와서 그 자체로 색다른 경험.
아울러 슬라이드를 발표 12시간전 숙소에서 만드는 등 (갑자기 둘째날로 패널이 옮겨지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누)
준비가 허접했던 것에 비해 발표 자체가 잘 끝나서
'어머, 혹시 내가 신바람 이박사-_- 되더니 실력이 뿅!하고 늘었나?' 이런 착각을 잠시 할 정도.
그러나 그런 걸로 사람이 하루 아침에 변하는 건 당연히 아닐테고
내가 볼 때 워낙 말쟁이들 틈에서 몇 년을 버텼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 좀 물이 든 모양.
전공이 경영, 신문방송, 커뮤니케이션, 정치 이렇게 이어지다 보니
나의 학창시절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말이 청산유수인 사람들 틈에서의 고군분투. 흙.
이건 영어, 불어 이런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말그대로 말.
똑같이 한국어가 모국어라도
신동엽이나 안재욱처럼 (왜 이 둘이 딱 떠올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음;;) 말을 매끄럽게 잘 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경우가 있듯.
흉보다 닮는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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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

봉쇄

2010. 3. 20. 09:50 from 일신상의 이유
방금 엔젤양이랑 통화하다 알게 된 사실.
중국에선 티스토리 블로그들은 아예 안 열린다네?
The Great Firewall이니 뭐니 하며 반정부 사이트들 막아놓는 건
동의는 못하겠어도 적어도 그 이유를 짐작은 하겠는데
도대체 티스토리는 왜??
그런 줄도 모르고 섭섭할 뻔 했다우.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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