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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7 흐르는 강물처럼
  2. 2010.06.02 Back to the '50s
  3. 2010.03.31 수퍼마켓 테라피

흐르는 강물처럼

2010. 12. 27. 04:22 from 일신상의 이유
소득신고도 해야 하고, 짐도 싸야 하고, 대청소도 해야 하고.
고로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만
한참 오래전에 룽지가 열심히 설명해주던 기억이 나서.
짜식, 늘 듣도 보도 못한 과학계의 이단적 소식;만 전해주는 줄 알았더니.^^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한다니 원문은 링크 걸고 여기다가는 현란하게 인용된 references 메모만.

생체 시계 느려지면 시간은 쏜살처럼 느껴진다
홍주희 기자, 중앙일보
(도움: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김민식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2010년 12월 26일

[...]
심리학자 퍼거스 크레이크(Fergus I. M. Craik)는 1999년 '노화와 시간 판단'에 관한 실험을 했다. 피실험자는 평균 나이 72.2세인 노인 그룹과 22.2세의 젊은 그룹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실험은 피실험자가 눈을 감고 30, 60, 120초를 짐작으로 세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실험자가 30, 60, 120초에 신호를 제시하면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험 결과 연령에 따라 명확한 차이가 드러났다. 노인 그룹은 시간을 세도록 했을 땐 실제 30초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나서야 30초가 흘렀다고 답했고, 시간의 경과를 짐작하도록 했을 땐 실제 120초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40초밖에 안 됐다고 판단했다.

[...]
[이 생체시계 이론을] 19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알렉시스 카렐(Alexis Carrel)은 이렇게 비유했다.
"시계에 표시되는 물리적 시간은 강물처럼 일정한 속도로 흐른다. 청소년들은 강물보다 빠른 속도로 강둑을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 그 속도가 조금 느려지는데 그래도 아직 강물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 노년이 되면 몸이 지쳐버리면서 강물의 속도보다 훨씬 뒤처진다. 그렇다 보니 강물이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그러나 강물은 청소년기나 중년기나 노년기 모두 한결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

[...]
시간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생리적 요인들에 대한 연구는 70여 년 전에도 있었다. 미국의 심리학자 허드슨 호글런드(H. Hoagland)는 체온에 따라 시간이 빠르거나,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병에 걸린 아내가 약을 가져온 그에게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느냐"고 타박했을 때였다. 실제 그는 아주 잠깐 아내 곁을 떠나있었는데도 말이다. 호글런드는 아내에게 짐작으로 1분의 길이를 맞혀 보라고 했다. 아내는 실제 37초밖에 되지 않는 시간을 1분이라고 답했다. 체온이 1도 오를수록 아내가 1분이라고 짐작하는 시간은 짧아졌다. 열이 오른 아내에게 시간은 실제보다 더 길게 느껴진 셈이다.

[...]
[사람은 나이가 먹을수록 도파민 생산량이 줄어드는데 이로 인해 시간 지각이 달라지는지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실험도 있다.] 미국 듀크대 심리학&신경과학 워런 멕(Warren H. Meck) 교수는 20초마다 먹이 레버를 누르도록 훈련된 쥐에게 도파민 수치를 증가시키는 암페타민과 저하시키는 할리페리돌을 주사했다. 도파민 수치가 높아진 쥐는 레버를 누르는 속도가 18초로 빨라졌고, 저하된 쥐는 22초로 느려졌다. 즉 도파민 수치가 높아지면 생체시계가 빨라지고, 낮아지면 느려진다는 것이다.

[...]
[시간 인식에 대한 두 번째 가설은 일어난 사건이 많을수록, 새로운 경험이 많을수록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기억 속에서의 시간 감각은 정보량에 따라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신경의학자이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인 올리버 색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자동차로 캐나다에 가는 길이었어요. 여행 중에 글 쓰는 일을 걱정하던 친구에게서 녹음기를 받았지요. 그리고 72년의 추억들을 녹음하기 시작했습니다. 72년 이야기를 끝낸 뒤 73년 이야기로 넘어갔어요. 국경에 이르렀을 때는 89년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요. 녹음 테이프가 부족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해가 지날수록 이야기할 내용도 점점 줄어들었거든요. 점점 더 이야기할 것이 없었어요. 그 길이가 거의 일률적으로 짧아졌어요. 왜 그럴까요? 인생에서 반복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는 걸까요? 나이가 들면 저장되는 경험들이 점점 적어질까요? 젊은 시절에는 집중력이 좋을까요? 나는 이 가정들 사이에서 결정을 내릴 수가 없군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 중)"

[...]
'기억의 저장'에 따른 시간 지각의 차이에 대해 연세대 심리학과의 김민식 교수는 이런 얘기를 덧붙인다.
"낯선 길을 갈 땐 멀게 느껴지지만 돌아올 땐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같은 거리여도 우리가 느끼는 소요 시간은 다르지 않나. 갈 때는 새로운 정보가 많아서 주위를 살피면서 가지만 올 땐 이미 알고 있는 길이라 집중하지 않는다. 늘 새로운 경험을 하는 아이들에게 시간은 처음 가는 길과 같을 것이다."

[...]
이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두 가지 개념을 구분해 설명한다. 바로 현재적인 '시간의 흐름 판단(passage of time judgement)'과 '회고 시간의 판단(retrospective time judgement)'이다.
영국의 맨체스터대에서 '아마겟돈'이라고 이름 붙은 실험이 이뤄졌다. 각각 9분씩 한 그룹은 영화 '아마겟돈'을 봤고, 또 다른 그룹은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판단하도록 했을 때 영화를 본 그룹이 기다린 쪽보다 금세 시간이 지나갔다고 답했다. 다음 실험과의 분리를 위해 두 그룹은 10분간 소설을 읽었다. 그러고는 앞선 9분에 대한 시간 판단을 요구받았다. 앞의 실험과 반대로 영화를 본 피험자들은 시간을 더 길게, 기다린 피험자들은 시간을 더 짧게 판단했다. 즉 피험자가 영화를 보는 상황 안에 머무는 순간엔 시간을 짧게 느끼지만, 상황이 종료된 후엔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느끼게 된다는 얘기다.

[...]
시간에 대한 관심이 심리학적 시간 판단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초침이 시계를 도는 것만 바라보고 있으면 1분조차 상당히 길게 느껴지지만 흥미로운 일에 집중할 땐 시간의 경과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것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도 잘 묘사돼 있다. 화자인 나는 스테르마리아 부인에게 저녁식사를 함께하자고 초대하는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편지를 기다리던 그날 오후에 다른 사람이 나를 방문해 주었더라면 시간이 빨리 흘러갔을 것이다.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시간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 시간이 사라졌다가 한참 후에 갑자기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시간은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다가도 재빠르게 움직이곤 한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한결같은 속도로 똑딱거리는 시계추의 움직임 때문에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그 순간을 더욱 의식하게 되면서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그만큼 늘려놓게 된다. 친구와 함께 있었다면 1분, 1분 시간이 가는 것을 세지 않았을 텐데.'

[...]
일본 후쿠야마대 심리학과의 마쓰다 후미코 교수는 심리적 시간의 길이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시간의 경과'에 주의를 기울일수록 시간은 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지루하게 기다릴 때가 그런 경우다. 일어난 사건이 많을 때도 시간은 더 길게 느껴진다. 빛이나 소리와 달리 지각기관이 따로 없는 시간은 그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연속으로 보이기도 한다. 셋째는 생리적인 템포다. 체온이 오르거나 약물에 의해 몸의 템포가 빨라져도 시간은 빠르게 느껴진다고 한다. 마지막은 시간 경과의 길이다. 당연하지만 긴 시간이 흐를수록 심리적으로 느끼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
다만 학자들은 앞서 두 번째로 들었던 회상효과 탓에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고 느껴지는 것이라면 그 길이를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KAIST 정재승 교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삶에 변화를 줘서 기억할 거리를 만들어 노년을 다채롭고 변화무쌍한 것으로 바꾼다면 시간도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변화는 나이와 관계없이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고 훈련을 통해 기억력 둔화 속도를 늦추는 것도 가능한 것이니 말이다.

뭔가 이 연말에 적절하게 느껴지는 포스팅. 훗.-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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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

Back to the '50s

2010. 6. 2. 21:57 from 일신상의 이유
어머 이건 또 뭐야.

구로구, '오세훈' 기표된 투표용지 배부
뉴시스 특별취재반 추인영 박성환 기자 (입력 2010.06.02 19:59)

6·2 지방선거 투표가 진행되던 중 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배부자가 하얀색 서울시장 투표용지에 '오세훈' 후보가 기표된 투표용지를 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A씨(38)는 2일 서울 구로구 개봉1동 제4투표소에 투표를 하러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투표용지 배부자 B씨(50)로부터 '오세훈' 후보란에 기표된 투표용지를 배부받은 것.

A씨는 "왜 기표가 돼 있냐"며 "나는 이 사람 안 찍는다. 다시 달라"고 요구했으나 B씨가 "그냥 해라. 상관없다"라고 대꾸하면서 이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지역구에 거주하는 B씨는 자신이 투표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투표용지 6장을 받아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나왔다가 유권자들이 몰리자 얼떨결에 A씨에게 자신이 기표한 표를 배부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혹시 (잘못된 투표용지가) 투표함에 그냥 들어갈 수도 있겠다 싶어서 투표용지에 화이트로 표시를 하려고 했는데 투표관리관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제지했다"며 "혹시 몰라 선관위와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과 함께 오기로 한 구로구 선관위 관계자가 개표 문제로 바쁘다는 이유로 다른 관계자를 보냈고 이 과정에서 A씨는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A씨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 보였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B씨가 두 번째 투표에서 2장을 더 받은 것을 (뒤늦게) 알았다"며 "그 자리에서 바로 멈췄어야 했는데 (그러면) 혼날까봐 전전긍긍하다가 일이 커질까봐 무서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순발력 있게 상황에 대처했어야 하는데 눈물을 흘리더라"며 "나이도 50세이고 고의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로구 선관위 관계자는 잘못 기표된 투표용지 처리와 관련, "일단 투표함에 따로 봉투에 담아 넣어서 우신고등학교(개표소)로 보내고 여기서 무효표 처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B씨에 대해서는 "차후에 조사를 더 해 고의성이 있었는지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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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
(요 며칠 컴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평소보다도 길다보니 덩달아 블로그빨을 마구 쎄우게 되는 듯.)

집 근처에 괴물같이 큰 마트가 있다.
근처라고 그래봐야 걸어갔다 오는 것은 좀 무리라 버스를 타야 되지만
그래도 이사오고 처음 발견했을 때 얼마나 신나했는지 모른다.
내가 대형마트 가서 구경하는 거 좋아하는 건 아는 사람이 많은데
이건 한국에 있을 땐 전혀 없던 취미이다.  
오히려 재래시장 죽인다고 걱정하고
단가 떨어뜨린다고 제3세계 생산지에서 얼마나 노동력 착취를 해대는지 알아버린 바람에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고.
그래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동네 공판장을 애용했더랬다.  
그런데 멀리 나오고부터 새 버릇이 생긴 거다.
물론 빵은 빵집에서, 고기는 정육점에서 사는 게 훨씬 질도 좋고 값도 싸지만
일단 살고 있는 곳에 그런 가게들이 없기도 하고
제목에도 적었다시피 이건은 일종의 테라피 개념.
지난 몇 주 동안 간다간다 별렀는데 번번이 일이 있어
가까운 편의점에서 그 때 그 때 아쉬운 걸 사다 때우다가
어제 간만에 장바구니 매고 다녀왔더니 아니나 다를까 조금은 긍정적 기분.



아래는 그르노블에서 윗집 살던 민이가 올린 '산신령 구름' 사진 아래 덧붙였던, 좀 된 글. 



2005.11.16 08:11
난 신경이 '굵어서' 우울함 따위는 모를 것처럼 보인다지만
그럴리가;; (아, 두통 생전 앓아 본 적 없다는 건 맞다. -0-)
울적할 때면 나름의 비방들이 있겠지.
내 경우는 대형마트. 한국에선 전~혀 없던 습관.

뭘 살 것도 아니면서 대형마트에 가 서 있으면
마음이 순식간에 평온해지기 시작한 건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 Leicester 시절,
가족이란 자고로 한지붕 아래서
너나가 따로 없이 비빔밥처럼 섞여서 살아야 한다는
암묵적 방침 아래 자란 사람이
그런 가족을 떠나 처음 외국땅을 밟았을 때,
처음 며칠은 정말 목이 메서 물도 안 넘어가고 ㅠ
빈 기숙사 방에 돌아와 불을 켤 때마다 울컥-하던 그 때,
기숙사 사이트 바로 뒤에 위치해 있던 어마어마한 Safeway는
말그대로 내 안.식.처.였다.

조건반사란 무섭기도 하지.
그 이후도 줄곧 유럽 시골과의 연은 계속되어
도시를 옮기고 심지어 나라를 옮겨다녀도
그 때마다 버스 종점에는 대형마트가 있고
삶이 나를 속일 때면 쪼르륵 달려가게 된다.
(Egham의 Tesco는 부족해!!!)

아 난 정말 사설이 길어.-_-

Grenoble 시절 역시
논문 진도가 안 나갈 때마다 전차를 휙 잡아타고
시내..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 방향인 Carrefour로 가곤 했더랬다.
학교 갈 때도 맨날 저 앞을 지나가고.
산이야 도시 어디서나 고개를 들면 보이는 거였지만
매일 보던 그 때도 저 산신령 구름은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일년만에 보니 심지어 뭉클.

사람은 아무때고 손 뻗으면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알 때부터
철이 났다고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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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