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차를 마시며 월요일 아침 댓바람 포스트.

고등학교 때까지 우리집은 '디폴트' 가족구성원 말고 늘 누군가가 머물고 있었더랬다.
뿐만 아니라 예고없이 들이닥치는 손님도 엄청 많았는데
그럴 때면 할머니랑 엄마가 무에서 유를 창조, 정말 요술처럼 주안상;을 뚝딱 차려내시곤 했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경우
판다처럼 그 가풍을 이어 받아 모두의 칭송을 받는 파티 호스팅의 여왕이 되거나
아예 반대로 어차피 그 수준으로 해내지 못할 거 시도조차 말자고 나처럼 근원적 포기를 해버리거나,
그런 양극단의 결과가 나오는 듯.

히키코모리까지는 아니지만 대인관계를 엄청 어려워 하는 편이라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 온 2년 사이에 손님을 치른 게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인데
웬일로 사오월엔 해외여행 온 팀이 셋,
이번 달 들어서는 한 술 더 떠 저녁 손님이 하루 간격으로.
내가 손님한테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요리는 딱 한 가지, 그린 리조또인데
(동네 굉장히 posh한 펍에서 처음 본 메뉴였는데 온통 초록색인 게 맘에 들어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양한 레시피가.
그 중 제일 쉬운 것을 다시 내 식으로 넣고 빼고 하여 지금은... 메모 안 보고도 만들 수 있게 되었음. 험험.)
그건 금요일에 했고, 토요일에는 일본 카레 했으니 이제 할 줄 아는 건 다 나온 셈. 
샐러드 소스 미는 거 한 가지 있긴 하지만   
요새 신문마다 수퍼박테리아다 뭐다 하도 겁을 줘서 생채소는 자제하고 있는 중이라 아웃.

게다가 집에서 청바지 입고 있어야 하니 그것도 어색.
학생이 왔던 날은 간 줄 알고 잽싸게 추리닝으로 갈아입었는데 다시 돌아와서 대략 낭패였;; 
아무튼 오늘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나의 주특기인 지중해식-_- 라면은... 역시 좀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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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