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를 휘날리며

2010. 6. 20. 17:20 from
십수년전, 파릇파릇한-_- 대학 새내기였던 시절,
과선배 한 사람이 뭣 때문에 나한테 단단히 화가 났다가 (아마도 내가 뺀돌거렸겠지;)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결정된 날 어찌나 감격했는지 잠실 스타디움에서 전화해서 나를 용서하겠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간 나에게 그만큼 화가 나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을 정도로 눈치가 둔했던 건 둘째로 하고 
선수도 아니면서 스포츠 경기 결과에 기분이 그렇게까지 좌우되는 거, 이해를 못 했더랬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야 나 개인적으론 이번에 우승후보라고까지 생각했었으면서
그런 팀 상대로 한 골 뽑았으면 우리 선수들 애썼다 그러고 툭툭 털어야 되는데
왜 이렇게 맥이 빠지니.
물론 심정이 다들 비슷한 모양.
경기 끝나고 이과인(Higuain) 때문에 졌다고 이과인(理科人) 많은 디씨 수학갤이 털리고 야단이었다지.ㅋㅋㅋ

나의 우울함의 경우
일단 지난 번 경기에서 워낙 준수한 플레이를 보여 줘서
마치 금새라도 결승 갈 듯 매스미디어든 일인미디어든 저마다 설레발을 한참 떨고 난 끝이라
얘탓이니 쟤탓이니 히스테리 부리는 걸 읽는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고,
(물론 안 읽으면 그만이지만... 그게 되나;;)
실제로 이기고 지고를 떠나 경기 내용면에서 확실히 답답한 구석이 있었고,
선수들 다음 경기에의 부담감이 오죽할까 안스러운 마음도 크고.
태극전사, 태극전사 부르는 게 다 이유가 있다니까.
축제는 무슨, 이건 뭐 전쟁터가 따로 없네.
물론 패하면 집단 히스테리 증상 나타나는 건 우리만 그런 건 아니지만.
여기도, 프랑스도 아주 난리.

그나저나
경기를 보면서 응원했어야 되는데 그러질 못해서
마치 그게 승패를 가르기라도 한 양 그런 택도 없는 생각도 잠깐 들었으나
자살골이니 해트트릭이니 그런 건 역시 활자로 읽은 편이 다행이다 싶기도.
그래도 나름 내 몫을 한다고는 했는데.
지난 번 그리스전은 토요일이라 편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열혈시청한 데 反해
이번은 평일 낮이라 딱 그 시간에 미팅이 잡혀 있었더랬다.
그러나 자리에 안 어울리는 빨간 티셔츠를 꿋꿋하게 입고 나갔고,
점심 먹으러 간 수제햄버거 가게에서 월드컵 특수라고 메뉴마다 팀 하나씩 배정해서 그 팀 깃발을 꽂아 주는데-_-
내가 시킨 건 호주 국기가 꽂혀 나오게 되어 있는 거였으나 태극기로 달라고 따로 부탁해서 꽂고,
미팅 내내 15분에 한 번씩 Guardian에서 문자중계해 주는 거 체크하고.

기운을 내는 차원에서 지금까지의 결과를 쪽집게처럼 맞혀서 성지순례를 받고 있는 지식인 답변을 보며 기운을 내기로.

re: 한국 16강 현실적으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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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