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빡침

2015. 10. 6. 07:21 from 일신상의 이유

내가 말이지, 나이 한 살 한 살 더 먹을 수록 성격 모난 게 깎이면서 이제 웬만한 일로는 잘 빡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자발적 가난 실험'에 대한 오늘자 모 신문 기사를 보고 혈압이 확 올라서. 조회수 올려주기 싫어서 링크도 걸지 않겠음.

내일 쓸 ppt 만들러 가봐야 하니까 일단은 내 속을 대신해 줄 인용구 세 개를 남겨 두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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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제조업 공장에서 일했던 기억은 아직도 강렬하다. 그곳이 힘들어서만은 아니었다. 힘든 일에 비해서 돈이 적어서도 아니었다. 나는 거기서 오로지 일하고 밥 먹고 자는 것만 할 수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부품처럼 일했다. 통근버스를 오르며 잠깐 휴대폰 게임을 하는 게 다였다. 모든 관계는 정지되었으며 모든 사적인 시간은 다음날 일을 하기 위한 휴식에 쓰였다. 주말에도 특근 때문에 쉴 수 없었다. 딱 그 정도의 시간만 남아있었다. 그게 제일 힘들었었다.

(백스프, 어른 놀이: 당신들의 위로가 저주인 이유, 슬로우뉴스, 201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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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이나 검소한 생활을 두고 가난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세련된 이들이 있다. '가난'이라는 언어마저 가난한 이들은 빼앗기고 있다. 가난은 선택하는 순간 가난이 아니다.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난이다. 선택하지 않았다는 건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라영, 가난을 보이게 하기, WiW, 201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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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 @dodaeche_J '자발적 가난'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기사의 주인공은 '그만 벌고 그만 쓰는 실험'을 한다고 했다. 그건 가난이 아니다. 가난은 '끊임없이 노동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몸이 아프고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쉴 수 없는 게 가난이다. (2015.10.05)

RT @dodaeche_J 하루치 생명 연장 비용을 벌기 위해 사흘 나흘치 체력을 끌어다 쓰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쉬지 못하는 게 가난이다. 야 진짜 가난이란 말을 어디에 붙이냐... (20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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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