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셔틀

2011. 12. 3. 00:18 from 일신상의 이유
우리나라 정치마당에서 이분법적 편가르기가 새삼스러울 건 없으나 (논문에도 딱 요렇게 썼었음 -0-)
종편채널 개국과 함께 또 한 판 벌어졌고 (i.e. 공지영의 인순이, 김연아 디스와 후폭풍),
진중권이 자기가 5년전에 쓴 것이라며 아래의 글에 링크를 걸었다.

디지털 군중에겐 고삐가 없다
주간동아, 2005.12.27

인기의 진폭이 워낙 큰 사람이다 보니 이슈 하나 뜨면 이 말 저 말 걸리는대로 던지는 이라는 식의 묘사를 한 댓글이 있던데
사실 그의 일관성은 定石책 수열;; 챕터에서나 볼 수 있는 칼같은 수준이라는 것이 개인적 생각. 
몇 마디로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점화식?) 생각해봤는데, 답은 뜻밖에 TV 사극에서.

RT @capcold '뿌리깊은나무'의 정기준은 참 흥미로운 캐릭터. 지속적 분권이라는 안정적 체제를 목표하며, 대중일반이 모두 목소리를 내는 '혼란'은 [...] 막고자 하는 엘리트주의. 현대 한국에 부족한, 일관성있는(!) 보수주의자다.

나의 화두는 여기서 시작한다.
이것은 내 이해로도 보수의 태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진중권이 누구인가, 진보진영 대표적 얼굴 중 하나 아닌가. (뭐, 김규항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대중들이 열광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서워서든 한심해서든, 일단 고개부터 저으면서 동시에 진보주의자인 것이 가능한 것인가.

집단지성이란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내 경우는 그게 2002년 말이었나 2003년 초였나 그랬는데,
어찌나 매혹적으로 들리던지 얼굴도 모르는 작가에게 먼저 컨택을 하고 내 에세이를 보내는 등, 생전 안하던 짓을 다 했더랬다.
자기가 지도해줄테니 박사하러 오라길래
막 적응하기 시작한 프랑스에서의 생활을 접고 이 냥반 하나 바라보고 캐나다를 가야하는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
물론 집단지성이란 게 쪽수가 많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겠으나
기본적으로 집단으로서의 사유능력(Durkheim 돋네-.-)을 믿지 않으면서
어떻게 진보를 말할 수 있는지, I can't get my head around it.
비꼬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궁금함.

배우는 게 많아서 트위터 팔로우도 하고 있고,
읽다 보면 동의는 안 되더라도 기본적으로 음, 이 사람은 이런 입장이구먼 하면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없었는데
한 번, 주진우 기자한테 너절리즘이라고 했을 때는 좀 화르륵했더랬다.
누나모드*-_-*여서가 아니라 불과 얼마전 그 주진우가 캐낸 특종을 가지고
"기부냐 피부냐" 신나게 표어 지어가면서 선거독려하던 걸 기억하고 있어서.
사실 피부관리 받으러 다니는 건 사생활 아닌가? 그건 뭐 얼마나 decent한 주제라고.
그 뿐인가, 투표율이 당락을 결정한다고 야단일 때 "여러분만 믿습니다"라고까지 했으니까. 
이 때의 여러분은 누구인가.
물론 와, 인터넷 없던 시절에는 다들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악담에 쌍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퍼붓는 사람들을 맨날 상대하다 보면
'군중'을 곱게 볼 수가 없겠다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고생고생 뛰어다니는 사람에게 할 소리는 아니지, 참 ungrateful하구나 했더랬다.

나꼼수가 志士라고는 생각 안 하지만
적어도 서울시장 선거는 주진우 3종세트로 이겼다고 생각하기 땜시롱.

쪼잔하게 트윗 하나하나 링크를 걸어가며 주저리주저리 적긴 했지만 결국 본질은 
아, 진보인사 소리 듣는 사람에게도 우리는 그저 표셔틀이구나 싶은 마음에 울컥했던 것. (뒤끝 작렬;;)

말 나온 김에 있어보이는 인용으로 마무리.

"Election rituals long pre-dated democracy and existed primarily to soften the reality of dramatically unequal power relations." (Lawrence, 2011: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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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