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식

2011. 2. 14. 23:06 from 일신상의 이유
한예종에서 그녀를 가르친 인연으로 김영하가 쓴 글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던 모양이다.
그 끝에 결국 "제가 생각이 짧고 성격이 비뚤어져 이런 난리를 초래했습니다. [...]
이런 저를 비판하셨던 분들은 앞으로 나아가 세계를 바꾸로 현실과 대결하십시오. [...]
부족한 저는 골방에서 저의 미성숙한 자아와 어두운 욕망을 돌보겠[습니다]."라는
약간은 깔꼬장;한 멘트와 함께 블로그도 트위터도 다 닫아버렸고.
하여간 단초가 된 글이 올라왔을 때 나도 보았는데
매끄럽고 수려한 중에 뭔가 운동화 속 모래알처럼 마음에 걸리는 바가 있었고
근데 그게 뭔지 딱 꼬집어 알 수가 없어서 (Couldn't put my finger on it!)
좀 더 생각하고 소화하고 정리해야겠다, 책갈피 표시만 해두었더랬다.
이제는 사라져 버렸으니 뭐 굳이 나까지 말을 보탤 필요없다는 계시인 모양.

이 일이 순수파 vs 참여파, 낭만주의 vs 현실주의 등
(문)학계의 오래된 논쟁에 불을 붙였다는데
나로서는 김영하 작가가 (혹은 그게 누구든)
전자의 입장이라 하여 그게 비난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가 골방에 이러고 앉아 있는데.-_-

이후의 논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첫 글 읽고 나서 나도 모르게 계속 곱씹었는데
개인적으로 불편했던 건
그의 작가관이나 진정성 그런 게 아니라
(게다가 진정성이란 결국 본인 밖에 모르는 걸텐데 그런 걸로 뭐라는 건 쫌;;)
그 글이 쓰여진 "가진 자의 언어"였던 것 같다.
가진 사람이니 가진 사람 언어가 나오는 게 당연한 거고
단지 가졌다는 이유로 못/안 가진 사람들 얘기에 입 닫고 있어야 된다는 것도 아니지만
묘하게도 '내가 해봐서 아는데-ism'과 공명(共鳴)하는 바람에 그렇게도 뒷맛이 떫게 느껴졌던 거 아닐까.

대표작들은 미처 읽지 못했지만
인터넷 상에서 종종 스크랩으로 만날 수 있는 "애도의 금연법"을 보고
관심있게 지켜 보고 있었기에 아쉬운 마음.
(근데 한글로 쓰인 즐거운 책이 보고 싶을 때 보라고 후배가 소포로 보내준 <랄랄라 하우스>는
같은 이라고 연결을 못 시켰더랬음. 심지어 애도의 금연법도 실려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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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