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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blog?

2010. 3. 18. 09:24 from 일신상의 이유
어제 저녁엔 웬일로 블로그 포스트를 한 백 개는 읽은 거 같다. 오바 촘 보태서.
원래부터 인터넷 상에서 이리저리 부유하는 게 큰 소일거리인 사람이지만
어제의 경우는 그보담 뭔가 할 일이 산처럼 있으면 오히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좋을지 몰라
오히려 배째라 심정으로 다른 걸 기웃거리는, 전형적인 마감 사흘전 심리상태.
주인장을 아는 블로그들에서 출발하였으나
댓글에 걸려있는 링크도 클릭하고 이웃도 랜덤하게 클릭해보고 하다 보니
나중에 가서는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게다가 모르는 사람의 소소한 일상을 읽고 있자니 스토커 같은 느낌도 들고. 쿨럭.

그러다 나는 도대체 왜 블로그를 읽는가로 생각이 미쳤다.
이런 'social sciency'한 접근, 이런 것도 직업병인가? 하여간.
왜 블로깅을 하는가에 대한 연구는 이미 나와 있는 것들이 있다.
정작 양적으로 많이 나와있는 건 아닌 듯 하지만 그게 또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자아계발이니 인맥관리니 과시욕이니 등등
동기요인으로 꼽히는 것들이 막상 들으면 워낙 당연하게 느껴지는지라
자칫 시간 들여 돈 들여 공들여 데이터 수집하고 분석해서 결국 뻔한 소리만 하게 될 소지가 있고
아울러 사람이 다 제각각이듯 동기도 워낙 제각각인 법이니 억지스러운 일반화를 하게 될 위험도 있고.
물론 이것은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 만고 내 추측. -ㅅ-
이 주제를 놓고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논문을 꼽자면 생각나는 게 둘 있는데  
하나는 Rafaeli 교수가 위키피디아 편집이 무보수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시간 써가며 참여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인지하는 인센티브에 관해 쓴 것 (블로그는 아니지만 결국 비슷한 맥락), 
또 하나는 얼마전 New Media & Society에 따끈따끈하게 실렸던
미국 정치판에서 나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치 블로거'들의 참여 동기에 대한 것.

그냥 딱 내 경우만 놓고 보자면
한마디로 그저 다마고치 키우는 심정.
내 비록 사회성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안 와봐도 좋다 나는 그저 마이웨이 하련다' 그 정도는 아니고.
그보다는 잔치를 연다고 열었으나 차린 건 별로 없고, 그러니 올 손님 별로 없으리라는 것도 알고, 
원래 혼자 잘 노는 스타일이니까 원맨밴드로 북치고 장구치고. 에헤라디아.
공간 자체에의 애착이랄까.
게다가 뭐든 기록으로 남겨두는 습관도 조금은 상관이 있을테지.
타고 난 자잘한 성격 + 회계감사로 1년 반 일하고 얻은 후유증. 

사실 누가 묻지 않으면 먼저 얘기 보따리 풀고 그런 건 못하는 나같은 사람이
블로깅을 한다는 자체가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
이건 어디 다른 데도 쓴 적이 있는데
늘 누군가가 말을 하고 있는-_- 엠티촌 같은 집안 분위기상,
별로 상관없는 얘기를 꺼냈을 때의 반응이란 더욱 가차 없어서
"그래서?" "어쩌라구?" 정도가 아니라
"어휴 21세기는 정보의 홍수라니까"
내지는 아예 줄여서 "불필요한 정보" (무뚝뚝)
이렇게 말하고 휙 가버리기가 다반사. 이거 은근히 무안하다.ㅎㅎ
그러다 보니 기자들 주르륵 불러다
신변의 일들을 시시콜콜 늘어놓는 연예인들 보면 젤 처음 드는 생각은 그저 '참 남세스럽다'.
당연히 포스트 '발행' 같은 건 꿈도 못 꿀 노릇.

아아, 하려던 얘기는 이게 아니라.
그럼 쓰는 건 그렇다 치고 읽는 건?
역시 이유는 한 가지로 딱 떨어지는 게 아니겠지만 
내 경우 주인장의 수다가 잔잔하고 꾸준하면 기본적으로 좋다고 느끼고 다시 들르게 되더라.
근데 이런 건 '수다의 힘'을 믿는 나같은 사람이나 그렇고
보통 추천 받는 블로그들 보면 어떤 테마를 하나 잡아 놓고 노하우 같은 걸 나누고 그러던데.
나도 와서 보는 사람이 뭐든 얻어가는 게 있도록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잠깐.
그럴 밑천은 없지만 일단 생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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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