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이 (험험) 살아오면서 귀납적으로 도달한 결론이 하나 있는데
예술적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요리도 잘 하더라는 것.
물론 逆까지 참인지는 모르겠지만.
creativity를 관장하는 뇌의 어떤 부분과 상관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어렴풋하고 비과학적인 짐작.

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제 취향이 까다로워야 요리 실력이 늘더라. 
내 경우 요리라면 진정 소질도 관심도 없지만
대신 식성이 육군 이병 뺨치는 덕에 내가 한 것도 잘 먹는다는 것이
지금껏 몇 년 동안 객지에서 자취 생활을 하면서 단 1킬로도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비법이라면 비법. -_ㅜ

서울에 있을 때는 밥도 빵도 떡도 죄다 김치를 곁들여 먹는 토종 입맛의 소유자이지만
밖에 나와서는 몇 날 몇 달이고 없이 또 그런대로 잘 .
심지어 별 craving도 없어서 신기할 정도.
어차피 내가 담글 깜냥도, 얻어 먹을 주변머리도, 사러 나갈 기동력도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관련 기억을 봉인;해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자체 분석까지 했더랬음.

여기까지가 서론.-0-

하나 있는 짜파게티를 점심으로 끓여 먹으려고 눈 뜨자마자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면 끓이는 딱 중간에 가스 안전점검하는 기사분이 오신 바람에
무려 15분의 pause를 뒀더니 완성품이 완전 '시망'인 거라.
웬만한 기준을 가진 사람이라면 버렸겠지, 혼잣말까지 하면서 바라보고 있자니 이 나조차도 도저히 안 되겠기에
문실장이 신혼여행 왔다 가면서 주고 간 마지막 꼬마김치 개봉.
근데 그 냄새를 맡으니까 갑자기 군침이 꼴딱 넘어가면서
어머나, 갑자기 짜파게티도 찬 밥도 다 그럴 듯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다 먹고 나니 이제사 궁금하다.
이것은 후천적인 조건화의 결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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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