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방
나는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을 너무 못 따라가서 트라우마가 심한 편이고
더운 거, 땀 흘리는 거, 아니 아예 움직이는 거 자체를 안 좋아하는지라-.-
핫요가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만으로 불가사의.
게다가 스튜디오가 집에서부터 어찌나 먼 지, 국철을 두 번씩 갈아타며 한 번 다녀오면 하루가 갔더랬다.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정확히 13번을 나가고 흐지부지 멈췄는데
애걔!할 수도 있지만 그 아득한 왕복 거리를 생각하면 지금도 스스로 기특해 죽겠음.
그런데 지금 사는 곳 읍내에 이전에 하던 것과 조금 종류는 다르지만 어쨌든 한 군데 문을 열어서
벼르고 벼르다 최근 다시 시작했다.
일요일이랑 어제 두 번 다녀왔는데 체력장 다음날처럼 안 쑤시는 곳이 없네그려. ㅠ
게다가 매번 생각하는 건데, 세션 마치고 나면 피부도 유연성도 좋은 게 막 느껴지지만
조금만 덥거나 당황하거나 마시거나^^ 하면 얼굴이 무서우리만치 빨개지는 스타일이다 보니
(학창시절 모든 종류의 붉은 과일과 채소는 다 내 별명이었음)
그 과정이 뭐랄까, 참 숭하다;;
요 바로 전에 살던 동네에 여성전용 헬스장이 있었는데
모토가 무려 "a gym with no mirrors, no lycra, no men".
가본 적은 없지만 굉장히 귀여운 마케팅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는 그게 여자 심리를 잘 모르는 거라는 의외의 반응을.
gear를 제대로 갖추고 운동하는 멋진 모습을 보거나 보여주는 뿌듯함이 큰 거라나.
그래서 소심하게 "아, 그런 거야?" 하고 바로 꼬리를 내렸던 기억이.
하긴 요가의 경우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정려원 보면 얼마나 예쁘냔 말이지.
그런데 이제 내가 해봐서 아는데-_- 적어도 핫요가는, 시선이 의식된다면 절대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님.
끝나고 그 봉두난발하며, 자기 bearings나 알아보면 다행이랄까... -_ㅜ
근데 내가 정도가 좀 심할 뿐, 죄다 그러니까 뭐 쪽팔리고 그럴 것도 없음.
굳이 민망한 점을 꼽으라면 시작 전에 몸 풀고 있을 때 보면 무슨 동양에서 온 고수처럼 보이는 것.
막상 시작하면 채 10분이 지나기 전에 낙오할 것을 알기에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