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배구
어렸을 때 밥을 내내 안 먹다가 갑자기 소나기처럼 먹는다고 종종 혼나곤 했었는데
가만 보면 음식뿐만 아니라 음악도 그렇게 듣는구나.
오늘은 이 노래닷.
그러나 이렇게 막 덩실덩실 어깨춤 춰지는 노래라도 계속 있어 줘야 했던 월요일.
오늘은 정말 '간신히 간신히 넘겼다'는 말 말고는 다른 표현을 생각해낼 수가 없다.
아무리 어마어마한 귀소본능을 자랑하는 사람이기로소니
고작 1박2일 놀러 갔다 온 걸로 이렇게까지 비실비실할 수가 있나!
게다가 뭐 빡세게 캠핑을 한 것도 아니고
자가용 조수석에 그린 듯이 앉아 가서
180도 젖혀지는 소파에서 홈씨어터 즐기다 왔거늘.
아, 그리고 이 나들이는 무엇보다 삼시 세 끼가 하일라이트.
푸쟈 음식 솜씨 좋은 거야 원래 알고 있던 거지만
심지어 그 동네는 배달음식도 꿀맛이더라는.
아아 내 인생 최고의 도사... d(-_ㅜ
와인도 뭐 요란뻑적지근한 브랜드 아니고 대형마트 벌크할인이 주력시장인 듯한 레이블이었는데
어찌나 술술 넘어가던지 주인장과 둘이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싹 비우고
기억해뒀다 사다 마시려고 공병을 폰카로 찍어 왔음;;
그렇다면 도대체 이 피곤함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레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다섯 살, 두 살 조카애들이랑 거실에서 크리켓하랴, 배구하랴,
수퍼히어로 피규어로 대서사극 찍으면서 뛰어다니랴,
막상 놀 때는 내가 더 신났을지언정 진이 쪽 빠졌다는 결론.
그맘때 남자애들이란 원래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존재인지 모르겠지만
늙은 이모는 역시 체력이 몹시 부쳤던 모양입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