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

2014. 11. 30. 14:43 from

(헤드라인이 아닌) 바이라인 따라 믿고 읽을 기자가 없다는 것은 아쉬운 노릇이라고 생각함.

하긴 뭐 기레기란 말이 그 직업군내에서까지 자연스럽게 쓰이는 마당인데.

팬까지는 아니어도 그 비슷한 경험은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예전에 기자로 근무할 때 정도인데,

그러다 최근에 시사IN의 천관율 기자의 기사를 ♡를 날려가며 읽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 

스크랩癖 발동. 


국가도 기다리라고만 할 것인가 (천관율, 김동인 기자, 시사IN, 2014.04.22) 

사고 이튿날, 박근혜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이런 말을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을 해서, 책임질 사람은 모두 엄벌토록 할 것이다." 많은 언론은 이 발언을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 발언의 핵심은 다른 데 있었다. 이 결정적 발언으로 대통령은, '시스템의 최종 책임자'에서 '구름 위의 심판자'로 자신을 옮겨놓았다. 시스템이 무너져내리는 가운데, 최종 책임자는 자신의 책임을 말하는 대신 '책임질 사람에 대한 색출 의지'를 과시하는 단죄자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차지했다. 침몰하는 시스템에서, 대통령은 그렇게 가장 먼저 '탈출'했다.


이제 국가 앞에 당당히 선 '일베의 청년들' (천관율 기자, 시사IN, 2014.09.29)

"센 놈에 붙어라." 김도훈 대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권위주의 산업화 시대의 한국 사회를 버텨내고 살아온 아버지라면, 아마도 몸으로 느낀 생존전략일 겁니다. 강자에 저항했다면 '힘들게 시작해서 서울에 자리 잡는' 성공을 거둘 확률은 꽤 떨어졌겠죠. 아버지 세대가 체득한 생존전략을 아들이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있어요. 일베가 무엇인지 정의하라고 한다면 제 가설은 그겁니다. 권위주의 산업화 시대 생존자의 아들이 아버지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돌아왔습니다."

'센 놈에 붙어라' 전략에서 소수자에 손을 내밀고 연대하는 것은 금기다. '국가-아버지'에 대한 순응은 소수자 혐오의 동력이 된다. 김 대표의 가설이 옳다면, 소수자 혐오가 먼저다. 무임승차 혐오는 정당화를 위해 뒤늦게 덧붙는다.

이렇게 해서 일베는 지독한 '구조맹'이 된다. 여성의 유리천장도 호남의 지역차별도 일베의 눈에는 구조적 불리함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 부족이 된다. 사회 구조 차원의 유불리를 인정하지 않으니, 소수자에게 주는 지원은 권리가 아니라 무임승차다. '구조맹'의 항의는 국가를 향하는 법이 없다. 김학준은 논문의 결론을 "일베 이용자는 근대 한국 체제가 가장 성공적으로 산출해낸 통치 대상이다"라고 내렸다. 국가는, 오직 국가만이 지나치게 성공을 거두었다. 


네이버 댓글엔 뭔 일이 있었나 (천관율 기자, 시사IN, 2014.10.28)

분석 결과, 네이버의 보수화는 흔히 생각하듯 '보수 누리꾼의 분탕질 효과' '진보 누리꾼의 환멸과 이탈' '보수 세력의 조직적인 개입'과 같은 원인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와 같은 통념은 어쨌든 네이버 이용자, 즉 수요자를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이었다. 이용자는 고정되어 있고, 일관되게 보수 성향을 보일 것이라고 쉽게 가정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분석은 야당과 진보 엘리트, 즉 '공급자의 실패'를 네이버 보수화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한다. 야당의 리더십 실패는 촛불집회의 지리멸렬한 결말로 이어졌다. 이는 촛불 이후 여론 지형의 거대한 반동으로 귀결되었다. 담론 생산능력 파산은 야권 지지층을 갈수록 외부 이벤트에만 의존하도록 강제했다.


모두가 미워하는 '그 법'의 탄생 (천관율 기자, 시사IN, 2014.10.31)

여야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연이어 쏟아지자, 국감에 출석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장관은 이렇게 받아쳤다. "의원님 입법으로 제정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관의 말은 절반만 진실이다. 법을 통과시킨 것은 국회지만, 단통법을 사실상 고안한 주체는 미래부다. 그래서 이 장면은 더 상징적이다. 시행한 지 고작 13일 만에 단통법은 국회와 정부 양쪽에서 '내놓은 자식'이 되었다. 궁금해진다.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단통법이 정작 입법이라는 긴 과정을 어떻게 통과해올 수 있었을까.

단통법의 입법 과정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물타기, 독소조항 심기, 이해관계 침투, 전략적 교환, 입법 이후의 반전 등등. 국회와 정부가 펼치는 '입법 정치'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통법은 입법 정치의 메커니즘을 날것으로 보여주는 흔치 않은 사례다.

[...]

정부나 기업 같은 핵심 이해 당사자들은 입법 정치의 과정에 필사적으로 개입한다. 단통법 논의는 소비자 이익을 명분으로 출발했지만, 규제 권한 강화를 추구하는 정부와 정보 비대칭 유지를 추구하는 기업에 한발 한발 잠식당했다. 이해관계 침투는 사소한 우연으로 보일 만큼 은근슬쩍 들어올 때가 많고, 때로는 한참 후에야 진짜 위력이 드러나기도 한다. 눈 밝은 파수꾼이라도 족족 차단해내기가 쉽지 않다.

이때 가장 소외되기 쉬운 것은 소비자다. 숫자는 압도적으로 많지만 결집된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든 주체다. 소비자의 이해관계라는 압력은 법안이 여론의 폭발적인 주목을 받을 때에나 작동한다. 대체로 법안이 이미 통과된 후의 뒷북일 때가 많다. '모두가 미워하는 법'은 이렇게 탄생했다.


40년 반복해 온 박근혜의 '용인술' (천관율 기자, 시사IN, 2012.10.30)

"박근혜표 조직은 권한이 있는 사람과 책임을 지는 사람이 다르다." '탈박'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의 한 참모는 박 후보의 용인술을 이렇게 정리했다. 책임 있는 자리의 사람이 정작 권한은 측근에게 밀려버리니, 일을 결정하는 사람과 뒷감당을 하는 사람이 달라지게 된다. 이런 조직은 큰 문제가 생긴다. 첫째, '권한 있는 사람'과 '책임 있는 사람' 간 갈등이 격해진다. 박 후보가 40년 동안 겪은 일이다. 둘째, 투명한 공적 책임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상호 감시 기능이 약해져서 '무임승차'의 유혹이 높다. 비리 가능성이 커지기 쉽다.


정규직이라고 안심일까요? '숙련 해체'의 세계화 (천관율 기자, 시사IN, 2015.01.26)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할 때 익숙한 질문은 “기업은 왜 비정규직을 뽑는가?”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왜 기업은 정규직을 뽑을까? 노동자가 무능하거나 불성실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데, 기업은 왜 정규직이라는 ‘장기 계약’의 위험을 무릅쓸까?

경제학자들이 내놓는 여러 답변들의 핵심은 ‘숙련’이다. 일을 오래 해서 숙련 노동자가 될수록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기업은 고용을 보장해주더라도 장기 계약이 남는 장사다. 정규직이다. 반면 일을 오래 해도 숙련이 쌓이지 않는 업무라면 기업은 장기 계약을 해서 얻을 것은 없고 위험만 감당한다. 이 때문에 단기 계약을 하려 한다. 비정규직이다.

[...]

한국 노동시장이 직면한 근본적 문제는 기업의 숙련노동 수요와 구직자의 좋은 일자리 수요, 둘 사이의 거대한 미스매치(불일치)다.


'이명박근혜 7.5년'... 한국의 좌표를 찍어보자 (천관율, 신한슬, 이상원 기자, 시사IN, 2015.08.24)

<시사IN>은 글로벌 지표를 활용했다. 국제사회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국가나 정부 평가지표들이 있다. 다보스 포럼(정식 명칭은 '세계경제포럼'이다)이 매년 내놓는 국가경쟁력 지수, 프리덤하우스가 내놓는 세계자유지수, 세계은행이 내놓는 거버넌스 지표 등이 그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 국경없는 의사회 같은 글로벌 NGO들도 각각의 활동 영역에 맞는 지표를 제공한다. 이들 기관이 한국의 사정을 국내 당사자만큼 상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대신 국제사회에서 '한국호'가 어디쯤 항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점이 있다. 보수 정부 1.5기의 글로벌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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