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기인 거, 판다가 페북에 이 말을 올린 걸 봤을 때도 솔직히 바로 떠올리지 못했다.
나중에 뉴스 등에서 짚어주니까 그제사 아, 벌써 그렇게 됐구나 했을 뿐.
생각해보면 마지막 일기의 한 부분이라는 이 구절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생의 순간순간을 'to the fullest'로 산 정치인이 그 생의 끝자락에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는 게
참으로 멋지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말 자체에 막 무릎을 치며 공감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

비슷한 울림의 일화로
충남 도지사 안희정의 후보시절 인터뷰에 이런 부분이 있었다.

90년 초반에 나왔던 얘긴가.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민주화 양아치가 더 심하다는. 뭐 쓰면 뱉고 달면 삼키고 이리 붙고 저리 붙고 하는 정치공학적인 행보를 보면, 오히려 민주화 운동하던 사람들이 더 심하다는 소리죠. 이론을 만들어내던 영악한 사람들이 스스로 정당성을 막 만들어내서 이리저리 가져다 붙이는데, 노회한 정치인이 볼 때도 그게 참 한심해서 민주화 양아치가 더 심하다는 표현이 나온 거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무슨 진보를 하느냐. 그런 정치만 보다보니까 제가 모든 게 회의스럽고 그러던 시절인데, 그때 노무현 대통령이 나에게 뭐라고 했냐면,

"희정씨 그거 참 어려운 주제인데. 그게 그런 거 같아. 이런 말 있잖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사람은 안 변하는 것 같아 내가 볼 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그러니까 개체로서의 인간은 안 바뀐다는 거야. 그런데도 인류는 진보한다는 것이 신기한 것 아니냐."

나는 특정 학자나 정치인의 영향을 받은 것 같지 않고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할 만큼 아는 사람이 없...-.-)
기본적으로 정치적 스탠스가 뚜렷하지 않다는 자가진단을 내리는데,   
오늘 사소한 계기로 엄청 진지한 토론에 말려들었다가
유기체로서의 사회가 가지는 진화의 힘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는 스스로 깜짝 놀라서
잊고 있었던 이런저런 단상들을 끄적끄적.
난 알고 보면 엄청 이상주의자인 게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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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옥보살 :